톱을 노려라, 건버스터 1기 최종화
끝이 없는, 흐름의 끝에…

12,000년을 기다린 "어서 오십시오" — 건버스터 최종화가 30년 넘게 회자되는 이유

키워드: 톱을 노려라, 건버스터, 최종화, 명대사, 카즈미 노리코, 우주괴수, 카르네아데스 계획, 안노 히데아키, 로봇 애니메이션, 어서 오십시오
1988년 OVA로 출발한 《톱을 노려라! (GunBuster)》의 마지막 6화, 「끝이 없는, 흐름의 끝에…」 는 최종화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. 시간 팽창이라는 과학적 설정을 정서적 무기로 완벽하게 활용한 이 작품은,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로봇 애니메이션의 최고 결말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.
"기적은 일어납니다! 일으켜 보이겠습니다!"
카르네아데스 계획의 핵심은 거칠게 말하면 이렇습니다.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은하계 중심부를 통째로 집어삼킬 블랙홀 폭탄을 폭발시킨다. 하지만 폭축 직전 슬레이브 가동률이 98%에 머무르면서 계획 전체가 실패 직전에 몰립니다. 사령부가 "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"라고 탄식하는 순간, 노리코가 외칩니다.
"기적은 일어납니다! 일으켜 보이겠습니다!"
주인공이 기적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겠다고 선언하는 이 대사는, 단순한 전투 기합이 아닌 이 시리즈 전체의 주제를 압축한 한 문장입니다.
"죽으러 가는 게 아니야 — 자살이 아니야"
융이 함께 목성 내부로 돌입하겠다고 나서자, 노리코는 그를 강하게 말립니다. 그러면서 꺼낸 말이 인상적입니다.
"착각하지 마, 융. 우리들은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닌 거야. 자살인 것이 아니야."
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, 그것을 체념이 아닌 선택으로 규정하는 노리코의 태도가 이 한마디에 담겨 있습니다. 이어지는 카즈미 언니와의 작별도 담백합니다.
"작별이라고는 하지 않겠어." "다녀오겠습니다." "다녀오세요."
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 이 인사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.
12,000년의 시간 팽창 — 그리고 "어서 오십시오"
건버스터가 목성 폭발을 성공시키고 귀환하는 데 걸린 지구 시간은 1만 2천 년. 오키나와는 흔적도 없고, 지구의 불빛도 보이지 않습니다. "인류는 멸망해 버린 걸까?"라는 노리코의 독백이 흐르는 순간, 화면이 암전 됩니다.
그리고 어둠 속에서 하나둘 켜지는 불빛들 — 1만 2천 년을 기다린 인류가 빛으로 만들어낸 단 두 마디.
"어서 오십시오."
이 장면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귀환 장면 중 하나로 불립니다. 대사도, 음악도, 색채도 아닌 오직 빛의 배열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출은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.
상대성 이론을 감정으로 번역한 작품
이 최종화는 처음부터 시간 팽창의 비극을 차곡차곡 쌓아 올립니다. 15년 전 오키나와를 떠났던 카즈미에게 동급생이었던 카시하라가 "지금은 내 쪽이 열 살이나 연상인 할머니"라고 말하는 장면, 키미코가 딸 타카미에게 편지를 맡기며 "내가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이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돌아와 달라"라고 쓰는 대목. 우주 물리학의 개념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상실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 감수성입니다.
거대 로봇과 우주전쟁이라는 외피 아래, 《톱을 노려라》 최종화는 결국 기다림과 귀환, 그리고 살아남는 것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. 그 질문은 1988년에도, 지금도 유효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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